Ayden's journal

독서하는 개인과 <책, 이게 뭐라고>

나에게 있어 장강명이라는 사람은 소설가라기보다는 에세이 잘 쓰는 르포 작가에 가깝다. 그의 저서는 적지 않게 ─ 5년 만에 신혼여행, 우리의 소원은 전쟁, 당선 합격 계급,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그리고 책 이게 뭐라고 ─ 읽어보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읽은 것은 언제나 에세이였고, 르포는 아주 좋았으며, 소설은 솔직히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모든 저작을 읽어본 것도 아니고,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어있으니 작가 장강명에 대한 판단은 각자 읽어보고 알아서 부탁드린다.


<책, 이게 뭐라고>는 작가가 동명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겪은 일 혹은 그러한 일을 통해 했던 생각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는 훌륭한 에세이였지만, 내 관심은 주로 독서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책의 물성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집중되어있다.


“가끔 ‘책을 언제 어디서 읽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게 ‘물을 언제 어디서 마시느냐’는 질문처럼 들린다. 그냥 아무데서나 수시로 읽는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뜨겁게 끓여낸 홍차 주전자 옆에 두고 방의 조도를 알맞게 조절한 뒤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앉아 느긋하게 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사랑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특히나 출퇴근에 왕복 세 시간 가까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책을 읽고, 버스 안에서도 읽고, 회사 점심시간에도 읽으며, 퇴근길에도 비슷하게 읽는다. 정작 집에 와서 씻고 밥 먹으면 그때부터는 책을 읽기보다는 집안일과 씨름해야 한다.


이렇게 짬 나는 시간마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자책이 좀 더 유용하다.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짬이 났다고 등에 멘 백팩을 앞으로 돌려 내용물 중에서 읽던 종이책을 꺼내 펼치고 지난번에 멈춘 대목을 찾아……” 이미 번거로운데,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목적한 층에 도착하면 이 과정을 거꾸로 반복하여야 한다. 전자책이라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바로 열어볼 수 있다. 어쩌면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조차 없을지 모른다. 나는 늘 폰을 손에 ‘들고’ 다니는 부류의 사람인지라 들고 열어서 읽으면 되는데, 이 한두 단계의 차이가 꽤 크다.


전자책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래도 난 종이책이 좋아. 책 특유의 종이 냄새도 좋고, 페이지를 넘길 때 손에 닿는 그 느낌이 좋거든.’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부류에 대해 “그게 이상한 자부심과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건 아닌가 의심한다. 책은 정보를 담는 매체지 시각이나 촉각을 만족시키려고 만든 기호품이 아닌데”라고 말한다. 그 외에는 ‘인류가 대충 멸망해도 남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보고 지식을 이어갈 수 있는데, 전자책은 그러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주로 에코의 저작을 읽은 사람들이 그렇더라). 내가 느끼기에 후자의 인간들은 지구가 멸망하기를 내심 바라는 것 같다.


종이책과 비교해 전자책에도 장단은 있지만, 내게는 장점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 나날이 부족해지는 책장 공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훼손 우려도 없다. 책갈피를 남기고 메모하기에도 전자책이 더 편하다. 분실 가능성도 적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글자의 크기나 줄 간격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종이책이라면 잠을 자기 위해 중간에 일어나 불을 끄러 가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전자책이라면 방 불을 다 꺼놓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도 읽을 수 있다.


당장 생각나는 단점이라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활자를 오랜 시간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건 전자잉크 기반의 기기를 장만하면 해결될 문제다. ‘전자잉크 기기가 페이지 넘기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기기들은 웨이브폼 기술의 발전으로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였다. 종이 넘기듯 하진 않겠지만, 그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종이책을 사서 읽는 자는 필연적으로 부동산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마도 ─ 그게 실제로 가능한지와는 별개로 ─ 책장의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많은 종이책을 처분하고 신작은 전자책으로 구매하려 한다. 작가로부터 그 생각에 대한 격려를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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