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의 방법론
살다보면 나 자신이 어떤 존재를 불현듯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이러한 순간은 (언젠가 잡생각으로 올릴 지도 모르는 "흔들리는 버스에서 춤을 추는 사내"와 같이) 누군가를 관찰하는 동안 찾아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특정한 사건에 맞닥트린 나 자신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곱씹어보면서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2014년도의 부산 여행은 특히 인상 깊다. 이 여행으로 인해 나 자신이 (적어도 여행과 관련해서는)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그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만한 여행 계획의 방법론을 도출해내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전에, 이 부산 여행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었는지 간단히(?)라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장문의 헛소리가 읽기 귀찮다면 바로 아래의 방법론 단락으로 넘어가도 좋다.
스바라시 부산 여행
다시 없을 만큼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대학 2학년이었던 나는 군 입대를 몇 달 앞두고 있었고, VJ특공대가 소개한 부산의 맛집들과 헌책방 거리가 매력적으로 보였으며,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주말과 붙어서 꽤 길게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알바를 하고 있었기에 금전적인 부분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3박 4일 떠나자 결심했다. 연휴 기간의 전부였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내가 간과한 것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우선 제일 먼저 언급해야 할 부분은 연휴에는 나 혼자 연휴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어디론가로 떠나고자 했고, 고속도로는 걸어가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침 일찍 수원을 떠난 버스가 오후 3시 넘어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VJ특공대에 나왔던 우동집으로 향했지만,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미리 알아보거나 했으면 아예 다른 곳을 먼저 가거나 했겠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았다. 한 시간 넘는 시간을 그렇게 건물 계단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내야 했다. 요즘이야 데이터 무한으로 주는 알뜰폰 요금제가 넘처나지만, 당시는 14년도이다. 월에 2기가 한도로는 카톡 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다음으로 간과한 점은 부산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VJ특공대로부터 왔으며, 그 밖의 모든 것은 하나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어찌저찌 기다려서 우동을 먹고 나오자 나는 숙소도 없고 할 것도 없는 굉장히 묘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남은 사흘을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만 지낼 수는 없었기에, 우선은 뭘 할지부터 정해야 했다.
그걸 정하려면 부산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라도 있어야 하는데, 2기가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길바닥에서 그런 정보를 수집하기 쉽지 않다. 다행히 근처 카페에 부산 관광지도를 비치해두어서 그걸 읽으며 한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나는 굉장한 조바심으로 눈이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돈과 시간을 써서 놀러왔는데, 이대로라면 돈과 시간을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조바심이.
여행 계획의 방법론
이러한 순간을 겪으며 나는 내 자신이 "계획 없이는 불안해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충분한 계획에는 충분한 정보 수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여행을 더 떠날 지 모르는데, 매번 이래서는 될 것도 안 된다. 우선도가 높지는 않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는 했다. 나는 좋은 (혹은 나에게 맞는) 계획을 짜는 법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이러한 고민은 전역 후 일본 여행 계획을 짜면서 구체적으로 정립되었다.
나의 계획은 앞서 언급한 "충분한 계획에는 충분한 정보 수집이 선행된다"는 신념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신념은 각각 점진적 하강식 정보 수집법과 모듈식 계획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점진적 하강식 정보 수집법
충분한 수준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 수집이 일회성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번에 걸쳐 중복되지 않는 영역에 대하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만들어낸 원칙이 바로 "점진적 하강식 정보 수집법"이다. 이름이 길지만 사실 이름이 전부라고도 볼 수 있다.
점진적
가령 도쿄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해보자. 일반적으로는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를 쭉 찾아보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것이다.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 "중복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 정보를 수집한다고 했는데 여행 갈 곳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해버리면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때문에 특정 지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시에 매 단계마다 그 지역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아주 이른 단계에서부터 탈락할 수도 있고, 거의 마지막 단계 쯤에 (이쯤되면 보통은 일정 문제로)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하강식
쉽게 생각하면 처음에는 거시적인 정보를 찾아보고, 반복할 수록 미시적인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우선 도쿄 관광 지도 하나 펼쳐놓고 뭐가 어디 붙어있는지 대충 훑어본다. 지유가오카처럼 이동 거리가 터무니 없는 곳은 처음부터 단념한다. 굳이 더 찾아보지 않는다.
그리고는 각 지역의 소개 문구 같은 것을 찾아본다. 한적한 주택가에 감성 돋는 거리, 산책하기 좋은 야네센? 도라인가 내 돈과 시간 써서 가는 건데 뭐더러 산책을 해 집에서도 안 하는데. 즉시 폐기한다. 이 동네에 대한 정보도 더 찾아볼 필요가 없다.
그 다음으로는 각 지역의 꼭 가봐야할 만한 곳을 한두개 정도 찾아본다. 이케부쿠로는 사실상 교자 원툴인 거 같네. 굳이 갈 필요가 있으려나? 하라주쿠에는 눈 앞에서 감자를 썰어서 감자칩을 튀겨주는 가게가 있네. 콘돔 전문샵도 있는데 함 가볼까?
이렇게 거시적인 정보로부터 미시적인 정보로 내려가다보면 최종적으로는 방문해볼만한 지역과 예비 지역이 간추려지게 된다. 이러한 지역에 대해 찾아본 정보는 현지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마지막 도쿄 여행으로부터 벌써 8년 가까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도쿄의 특정 지역에 대한 사진만 보고도 그곳이 어디인지 그 주변에 무엇이 있고 식사는 어디가 괜찮으며 지하철은 어느 회사의 노선이 지나가는지 등에 대해 말할 수 있다.
물론 누군가는 이러한 하강식에 반론을 제시할 수도 있다. "확실히 도쿄 중심부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지유가오카에 당신이 잊지 못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는데,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해도 좋지 않을까요?"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만약 여행이 아니라 도쿄 한 달 살기를 하러 가는 거라면 그렇게 가치 판단을 조금 느슨하게 가져가도 좋다. 그러나 단기간의 여행일 수록 가치 판단은 빡세게 가져가야 한다. 길바닥에 돈과 시간을 버리고 오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모듈식 계획론
모듈이라는 것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요소로, 관련된 데이터나 함수를 최소한의 단위로 묶어놓은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조합해 하나의 파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모듈식 계획론에서는 '지역 모듈'이라는 단위를 조합하여 커다란 '여행 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지역 모듈
모듈형 게획론의 가장 작은 단위는 이벤트와 동선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지역 모듈을 구성한다. 만약 사전 조사를 충분히 진행했다면, 방문해볼 지역과 예비 지역에 대한 정보가 자동적으로 각각의 지역 모듈로 전환된다.
하라주쿠를 예로 들어보자. 정보수집을 통해 나는 메이지 신궁, 다케시타 도리, 우라하라, 캣스트리트,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 등을 방문하고, 곳곳에서 라멘, 감자튀김, 파르페, 타코야키 등을 먹어보기로 했다. 이처럼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모든 것을 모듈형 계획론에서는 '이벤트'라고 부른다. 이동하면서 타코야키를 먹을 수 있지만, 구매 자체는 고정된 위치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는 이벤트에 포함된다.
이러한 이벤트의 위치를 구글맵에 표시해놓다보면 어디서 내려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하는 최적의 동선이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를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모듈형 계획론에서는 동선이라고 부른다. 이벤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동선이 잡아먹는 시간을 합치면 해당 지역 모듈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크기'가 결정된다.
실제 모듈형 계획론에서는 이러한 지역 모듈이 (너무 사전에 조사를 많이 하고 그래서) 자연히 머릿속에서 생성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엑셀로 시각화 해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동선이 짜여있으며, 각 장소에서 먹거나 사볼만한 것에 대한 대략적인 금액이 예산으로서 존재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H+ 0이라는 개념이다.
모듈이 시작되는 순간
군대에서 작전 계획을 짤 때는 늘 "전쟁이 일어난 순간"을 기준으로 언제까지 무엇을 해낼지 결정한다. 전쟁이 언제 일어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을 임의로 H라 부른다. H+ 0은 전쟁이 일어난 것을 인지한 바로 그 순간을 의미하며, H+ 0:15라면 인지한 순간으로부터 15분이 지났을 때를 의미하게 된다.
지역 모듈에서 H+ 0은 늘 해당 장소에 도착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하라주쿠역에 도착한 순간(H+ 0) 모듈이 시작되어서 오모테산도 힐즈에 도착한 순간은 그로부터 4시간 15분 정도가 지났을 때(H+ 4:15)인 것이다. 하라주쿠역에 도착하는 게 언제인지는 알 필요가 없다. 덕분에 지역 모듈과 일정을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벤트의 우선도
하라주쿠 모듈의 크기는 5시간이지만,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3시간 밖에 낼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런 경우를 상정해 모듈을 구성하는 이벤트를 크게 우선 이벤트 ∙ 일반 이벤트 ∙ 비우선 이벤트로 구분해두게 된다. 시간이 촉박하면 비우선 이벤트를 건너뛰게 되며, 아주 빡빡하다면 일반 이벤트까지도 건너뛰고 우선 이벤트만 진행한다.
지역 동위 모듈
일반적으로 지역 모듈은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적의 시나리오(가령 날이 아주 화창할 때)를 기반으로 생성된다. 때문에 해당 지역 모듈에 대해 서로 다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동위 모듈'을 추가적으로 생성해줄 필요가 있다. 내 경우에는 '비가 올 경우 모듈'은 반드시 각 지역 모듈의 동위 모듈로서 마련해놓는 편이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가급적이면 지역 동위 모듈은 원본인 지역 모듈과 크기가 최대한 비슷하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구역 모듈
지역 모듈 몇 개를 합치면 구역 모듈이 된다. 여행을 하다보면 특정 지역들이 뭉쳐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개념이다. 가령 하라주쿠, 신주쿠, 시부야 등은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오늘 하라주쿠 가고 내일 신주쿠 가고 모래 시부야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이동 방향을 근거로 [ 신주쿠 ➠ 하라주쿠 ➠ 시부야 ]를 하나의 구역 모듈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비슷하게 [아키하바라 ➠ 우에노 ➠ 아사쿠사 ➠ 스카이트리 ]를 하나의 구역 모듈로 묶어둘 수 있다. 구역 모듈의 크기는 당연히 해당 구역 모듈을 구성하는 각 지역 모듈의 크기에 지역 모듈 간의 이동 시간을 더한 만큼이 된다.
예비 지역 모듈
각 구역 모듈은 최소 하나 이상의 예비 지역 모듈을 가지게 된다. 예비 지역 모듈은 정보 수집 과정에서 꽤 마지막 쯤에 '한번 가 보면 좋기는 할텐데 시간이 모자라네'와 같은 이유로 탈락한 지역들이다. 어떤 예비 지역 모듈이 어떤 구역 모듈에 포함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해당 구역 모듈의 진행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 신주쿠 ➠ 하라주쿠 ➠ 시부야 ➠ (에비스) ] 지역 모듈의 경우 진행 방향에 따라 '에비스'를 예비로 갖는다. [ (오차노미즈) ➠ 아키하바라 ➠ 우에노 ➠ 아사쿠사 ➠ 스카이트리 ] 지역 모듈은 '오차노미즈'를 예비로 갖는다.
이러한 예비 지역 모듈은 구역 모듈의 크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았을 때 필요해진다. 계획 수립 단계에서 [ 신주쿠 ➠ 하라주쿠 ➠ 시부야 ] 구역 모듈의 크기를 12시간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역 모듈의 크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작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비는 시간을 알차게 뽑아먹기 위해 예비 지역 모듈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모듈 배치
모듈 배치야 말로 모듈형 계획론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일반적인 여행 계획은 '시부야는 화요일에 가야지' '롯본기는 수요일 저녁에 갈까?'하는 식으로 일정과 지역을 결합하지만, 모듈형 계획론에서는 일정과 지역을 분리하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 첫날은 보통 공항에 착륙해서 입국 수속 끝내고 나가서 놀다가 호텔에 돌아와 잠드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 '놀다가'의 크기를 알면 된다. 만약 수속 끝내고 나와서 12시 쯤에 호텔에 짐 풀고, 자정 쯤에 돌아와 잘 거라면 이동시간을 제외한 그 날의 크기는 대략 11시간 정도 된다. 이 11시간의 크기에 [ 8시간 모듈 + 3시간 모듈 ]을 넣는 것과 [ 4시간 모듈 + 2시간 모듈 + 5시간 모듈 ]을 넣는 것은 모듈형 계획론에서 차이가 없다. 모듈형 계획론의 모듈 배치에 대한 원칙은 언제나 '최대한 욱여넣어라'이기 때문이다.
방법론의 장단점
장점
점진적 하강식 정보 수집법과 모듈식 계획론의 최고 장점은 여행 일정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역 모듈은 어디까지나 동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아서, 반드시 여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남는다면 이 모듈을 해체하여 개별적인 지역 모듈만을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 우에노 ➠ 아사쿠사 ➠ 스카이트리 ]를 다녀왔는데 저녁에 시간이 남는다면 [ 신주쿠 ] 지역 모듈만 따로 분리해서 오늘 다녀오고, [ 하라주쿠 ➠ 시부야 ➠ (에비스) ]는 나중에 가면 그만이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으로는 여행 자체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특정 모듈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고 해서 다음에 뭐하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남는 시간의 크기에 따라 예비 지역 모듈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 모듈을 끌어다 쓸 것인지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단점
특정한 여행지를 여러번 재방문하게 된다면 (내 경우는 도쿄 오사카 홍콩 대만이 그러한데) 이전의 자료 조사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업데이트 정도만 진행해주면 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각각의 지역 모듈을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딱 한 번만 가볼 여행지라면 품을 들인 것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런 곳을 여행한다면 차라리 이러한 방법론보다는 각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 일정이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참고하는 편을 추천한다.
모듈형 계획론에서는 일정과 지역을 분리하지만, 특정 이벤트를 "예약"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상기한 장점들이 일정부분 퇴색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가령 요즘 핫한 시부야 스카이와 같은 곳은 날짜와 시간을 맞춰서 예약해야한다. 지역 모듈이 특정 일정에 고정되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예약을 많이하면 할 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결론
여행 계획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혹자는 "이러면 여행 갔을 때 돌발적인 재미가 없지 않나" 하고 되묻곤 한다.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내가 깨달은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기도 하다. 나는 여행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계획을 초월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사소한 말투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작성했다. 가령 정보 수집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방문해볼만한 지역"과 예비 지역이 간추려진다고 했지, 반드시 방문해야할 지역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장점을 이야기할 때 조차 "반드시 여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소한 차이가 굉장히 크다.
반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고 각각의 지역에 대해 모듈을 마련해도,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여행지에서 내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다음 일정을 바로바로 결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점심 쯤에 밥 먹고 오다이바를 가기로 했지만, 식당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친해져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그 사람과 같이 신오쿠보를 가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나는 그저 신오쿠보를 갈지 오다이바를 갈지만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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